2007년 08월 14일
어떤 여유로움
워낙에 취향이 저렴한 까닭에 김광민은, 그리고 피아노는 나랑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 맘 한 구석에 어려서 못배운 피아노에 대한 동경과 질투가 싹 터 있음을 인정한다면, 피아노는 그냥 반주나 맞춰주는 곁다리 악기라고 여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인정해야 겠다. 어눌한 그의 모습이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무언가에 홀리거나 미치거나 빠지지 않고서는 드러날 수 없는 어떤 광기가 엿보였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의 앨범을 다운 받아 들어야 겠다고 생각한건...
지칠줄 모르고 뿌려대는 비로 나날이 우울해지는 기분 때문...쯤이라고 해두자.

제목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았음직한 익숙한 곡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창작곡은 아닌 모양이었다.
퇴근길 이어폰을 찾아 꽂고 다운로드 받아 놓은 김광민의 앨범을 들었다. 이런... 이건 너무... 좋은 건 아니었다.
거기엔 세상을 거리를 둔 채 관조하는 자의 어떤 여유로움이 있었다. 그의 연주는 속삭였다. '세상 사는거 피곤하고, 따분하지? 그런데 어쩌겠지 사는 건 다 그런거야... 우울하다고 해도 여유를 가져봐. 때론 느리게 사는게, 조금은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침잠하는 게 삶을 즐기는 기술이야...' 라고.
왜 그가 인정 받는 뮤지션인지 알 것 같았다. 그의 얼굴에 얼핏 스치던 광기는 삶을 이해한 자의 여유로움 같기도 한 것처럼 느껴졌다. 앨범 제목 Time Travel.. 시간 여행. 그가 말하는 시간 여행이란 과거로의 혹은 미래로의 여행이 아니라. 지금 내가 살아 숨쉬는 바로 지금의 시간을 여행하듯 그렇게... 흘려보내라는 얘기인 것 같았다.
# by | 2007/08/14 18:16 | 일쌍多반사 | 트랙백 | 덧글(0)









